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 유안진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 유안진 슬퍼지는 날에는 어른들아 어른들아 아이로 돌아가자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가서 간밤에 떨어진 별똥 주우러 가자 사랑도 욕스러워 외로운 날에는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물어보자 개울가의 미나리아재비 물봉숭아 여린 꽃이 산기슭.. Poem 2016.06.29
남남 1 - 조병화 남남 1 - 조병화 푸른 바람이고 싶었다 푸른 강이고 싶었다 푸른 초원이고 싶었다 푸른 산맥이고 싶었다 푸른 구름 푸른 하늘 푸른 네 대륙이고 싶었다 남남의 자리 좁히며 가까이 네 살 닿는 곳 따사로이 네 입김이고 싶었다 네 이야기이고 싶었다 네 소망이고 싶었다 네가 깃들이는 마지.. Poem 2016.06.27
빗소리 / 박건호 빗소리 / 박건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 Poem 2016.06.25
까닭 / 정호승 까닭 /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 Poem 2016.06.23
여름 속으로 / 윤수천 여름 속으로 / 윤수천 돌아가고 싶다 뜨거운 폭양 속으로 피라미떼 하얀 건반처럼 뛰어놀던 그 시냇물 악동들 물장구치던 그 여름 속으로 뜨거운 맨살의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악동들 다시 불러모아 온 산천을 발칵 뒤집어놓고 싶다 매미들도 불러다가 한바탕 축제를 열고 싶다 쇠꼬챙이.. Poem 2016.06.22
사람의 일 / 천양희 사람의 일 /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Poem 2016.06.21
그대 향기만으로 - 이남일 그대 향기만으로 - 이남일 문득 꽃 한 송이 보내고 싶은 그대가 마음속에 있는 것만으로 나는 감사한 일입니다. 그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 하루가 마냥 즐겁고 그리워할 수 있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느낍니다. 가슴에 남아 있는 미소만으로 내일은 맑은 햇살 같고 사랑을 느.. Poem 2016.06.20
6월 / 이정화 6월 /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인 돌각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Poem 2016.06.17
바람의 노래 - 오세영 바람의 노래 - 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섶의 동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 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 Poem 2016.06.16
아침 / 윤동주 아침 / 윤동주 휙,휙,휙 쇠꼬리가 부드러운 채찍질로 어둠을 쫓아, 캄,캄, 어둠이 깊다깊다 밝으오. 이제 이 동리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엉덩이처럼 푸르오. 이 동리 콩죽 먹은 사람들이 땀물을 뿌려 이 여름을 길렀소. 잎,잎,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소.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 Poem 201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