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고 하찮은 것들 / 안도현 그림 / 장진욱 화백 그 작고 하찮은 것들 / 안도현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 Poem 2016.08.11
주름 / 박노해 주름 / 박노해 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산을 건너보면 알지요 이유 없는 산등성이 하나 연유 없는 골짜기 하나 없지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은 없고 그냥 불어가는 바람은 없지요 얼굴은 얼의 골 내가 살아온 사연의 행로는 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졌으니 주름 편다고 지워지지 않지요 주름.. Poem 2016.08.10
당신의 바다 / 김 궁 원 당신의 바다 / 김궁원 출렁이는 물결이 거칠다 해도 당신 가슴 두드리던 그 세월만 할까 저 바다가 깊다 한들 당신 가슴 깊이만 할까 찬 바람도 비켜가는 당신의 사랑 앞에서 받아도 모자란다고 투정한 세월에 사랑으로 바라보며 당신 가슴 재가 되는 줄도 모르고 桎梏(질곡) 같은 세월을 .. Poem 2016.08.08
그저 그립습니다 ...조병화 그림 / 박항률 화백 그저 그립습니다 ...조병화 나의 밤은 당신의 낮 나의 낮은 당신의 밤 세월을 이렇게 하루 앞서 사는 나의 세월 그 만큼 인생이라는 세월을 당신 보다 먼저 살아가는 세월 이여서 세상의 쓰라린 맛을 먼저 맛보고 지나가는 세월이지만 당신에게 전할 말이란 말 한마디.. Poem 2016.08.05
어둠이 되어 - 안도현 어둠이 되어 - 안도현 그대가 한밤내 초롱초롱 별이 되고 싶다면 나는 밤새도록 눈도 막고 귀도 막고 그대의 등 뒤에서 어둠이 되어 주겠읍니다 (Epitaph - King Crimson ) Poem 2016.08.04
비상 / 김재진 비상 / 김재진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의 저 맹인처럼 살아 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 Poem 2016.08.03
팔월 / 오세영 팔월 / 오세영 8월은 오르던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 Poem 2016.08.01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 Poem 2016.07.31
만남이 이별이 되고 – 류경희 만남이 이별이 되고 – 류경희 바람이 예쁜 오후 습관처럼 커피 한 잔에 가슴을 말리우며 잠시 열어 보는 추억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춤을 춰야하고 때로는 마시고 싶지 않는 술 한 잔을 누군가 마시며 삽니다 이 순간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 가슴에 누군가.. Poem 2016.07.28
길 – 도종환 길 – 도종환 우리 가는 길에 화려한 꽃은 없었다 자운영 달개비 쑥부쟁이 그런 것들이 허리를 기대고 피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빛나는 광택도 내세울만한 열매도 많지 않았지만 허황한 꿈에 젖지 않고 팍팍한 돌길을 천천히 걸어 네게 이르렀다 살면서 한 번도 크고 억센 발톱과 쩌.. Poem 201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