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Gary Benfield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Poem 2016.09.08
가을 사랑 / 도종환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 Poem 2016.09.05
가을 오후 / 도종환 가을 오후/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 Poem 2016.08.31
흐름 – 천상병 흐름 – 천상병 바다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사람도 흐르고 동물도 흐르고 흐르는 것이 너무 많다 새는 날고 지저귀는데 흐름의 세계를 흐르면서 보리라.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하나님! 하나님도 흐르시나요! ( La Maree Haute(밀물) - Lhasa) Poem 2016.08.30
가을 / 조병화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을 그곳에 어린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은 판다 그리운 얼굴 비치기 위하여 Poem 2016.08.29
시에게 길을 물었네 / 김시천 르느와르의 '책읽는 여인' 시에게 길을 물었네 / 김시천 해지는 저녁 무렵 시에게 길을 물었네 사는 게 뭐냐고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거냐고 묻고 다시 물었네 나는 오늘 또 묻고 있네 사는 게 뭐냐고 어떻게 살아야 아름답게 사는거냐고 그렇게 평생을 길을 물었네 혼자서 속삭이.. Poem 2016.08.27
보고 싶은데 / 이해인 보고 싶은데 / 이해인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 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 맛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 Poem 2016.08.24
날마다 내 마음 바람 부네 - 이정하 날마다 내 마음 바람 부네 - 이정하 내 사는 곳에서 바람 불어 오거든 그대가 그리워 흔들리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사는 곳에서 유난히 별빛 반짝이거든 이 밤도 그대가 보고 싶어 애태우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사는 곳에서 행여 안개가 밀려 오거든 그대여, 그대를 잊고자 몸부림치는.. Poem 2016.08.22
해당화 / 한용운 해당화 / 한용운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낙화, 첫 사랑 / 김선우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Romance / Shostakovich * Rostropovich (Cello) Poem 2016.08.18
그날이 오면 - 심훈(沈熏) 그날이 오면 - 심훈(沈熏)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Poem 201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