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 사랑 / 도종환

차 지운 2016. 9. 5. 16:21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 입니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릇1 - 오세영  (0) 2016.09.09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0) 2016.09.08
        가을 오후 / 도종환  (0) 2016.08.31
        흐름 – 천상병  (0) 2016.08.30
        가을 / 조병화  (0) 20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