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차 지운 2016. 9. 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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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y Benfield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靑靑의 숲마저
      예민해진 잎살을 마디마디 세우고
      스치이는 바람결에도
      빛 그림자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단풍이 든 것만 같아
      그 미친 빛마저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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