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0) | 2016.09.08 |
---|---|
가을 사랑 / 도종환 (0) | 2016.09.05 |
흐름 – 천상병 (0) | 2016.08.30 |
가을 / 조병화 (0) | 2016.08.29 |
시에게 길을 물었네 / 김시천 (0) | 201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