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리, 사랑하라 / 김남조 Kiss By The Window c.1892 Edvard Munch (1863-1944) 사랑하리, 사랑하라 / 김남조 아니라 하는가 사랑이란 말 아니 비련이란 말에조차 황홀히 전율 이는 순열한 감수성이 이 시대에선 어림없다 하는가 벌겋게 살결 패이는 상처일지라도 가슴 한복판에 길을 터 달리게 하는 절대의 사랑 하나 오히려 어.. Poem 2017.02.27
자전(自轉) / 신달자 천경자 화백 / 원(園) * 자전(自轉) / 신달자 기도하지 않는 날 밤 나는 어둠이 무겁다 새벽으로 돌아 눕는 내 등이 시리고 추운 몸으로 받는 공간이 무겁다 기도하지 않는 아침 나는 두 발이 무겁다 비틀거리는 걸음 비틀거리는 마음 대낮이 어두워 햇볕 아래서 길을 더듬다 * 사랑은 / 신달.. Poem 2017.02.24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 류시화 Edmund Charles Tarbell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 류시화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 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한때는 모든 .. Poem 2017.02.22
시 읽는 시간 / 이기철 James Jacques Joseph Tissot, Kathleen Newton In An Armchair, 1878 시 읽는 시간 / 이기철 시는 녹색 대문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낸다 시는 맑은 영혼을 담은 풀벌레 소리를 낸다 누구의 생인들 한 편의 시 아닌 사람 있으랴 그가 걸어온 길 그가 든 수저소리 그가 열었던 창의 커튼 그가 만졌던 생각들.. Poem 2017.02.20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모네 작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 Poem 2017.02.16
말하지 않은 말 / 유안진 Ray McCarty- 말하지 않은 말 / 유안진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버릴까 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해버릴까 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 사류로 오염될까 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 마디를 입에 담지 않.. Poem 2017.02.13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 Poem 2017.02.09
겨울 편지 - 안도현 겨울 편지 - 안도현 당신, 저 강을 건너가야 한다면 나, 얼음장이 되어 엎드리지요 얼음장 속에 물고기의 길이 뜨겁게 흐르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 출렁이고 있으니까요 (안도현·시인, 1961-) (Amazing Grace - Melinda Dumitrescu) Poem 2017.02.06
큰 산 가는 길 - 도종환 큰 산 가는 길 - 도종환 큰 산으로 가는 길에는 깊은 물이 있다 물은 큰 산을 품어 더욱 깊어지고 산은 물을 따라 내려가 더욱 맑아진다 마음이 크다는 것은 마음이 깊다는 것이다 마음이 깊다는 것은 마음이 맑다는 것이다. (Right Here Waiting - Richard Marx) Poem 2017.02.03
바람의 찻집에서 / 류시화 천경자 화백 / 청춘의 문 /1968 바람의 찻집에서 / 류시화 바람의 찻집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았지 긴 장대 끝에서 기도 깃발은 울고 구름이 우려낸 차 한 잔을 건네받으며 가장 먼 데서 날아온 새에게 집의 안부를 물었지 나 멀리 떠나와 길에서 절반의 생을 보내며 이미 떠나간 것들과 작별.. Poem 201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