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박경리 + 그리움 / 박경리 그리움은 가지 끝에 돋아난 사월의 새순 그리움은 여름밤 가로수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 그리움은 길가에 쭈그리고 앉은 우수의 나그네 흙 털고 일어나서 흐린 눈동자 구름 보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그네 뒷모습 + 그리움 그리움아 / 유안진 사랑은 못 만나도 언제.. Poem 2017.07.31
얼마나 오랫동안...최승자 얼마나 오랫동안...최승자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과 떨어져 살아왔나 "보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아으 비려라 이 날것들의 생) 구름이 우르르 서쪽으로 몰려간다 또 하루가 지나가고 해와 달 그윽했으나 또 하루가 지나가고 헤매던 내 그림자 슬며시 어디로 사.. Poem 2017.07.27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 문정희 +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 문정희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 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 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 나의 운명과는 상관도 없지만 별!을 나는 좋아한다. 별이라고 말하며 흔들린다. .. Poem 2017.07.26
아침의 기도 / 서정윤 + 아침 기도 / 김남조 목마른 긴 밤과 미명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 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 Poem 2017.07.21
나이 / 문정희 Vilhelm Hammershøi + 나이 / 류시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 Poem 2017.07.19
노을에게...허윤정 노을에게...허윤정 바람은 꽃도 피워 주며 사랑의 애무도 아낌없이 하였다 잠시잠깐 떨어져 있어도 살 수 없다던 너 작은 일에도 토라져 버린다 이렇게 해지는 오후면 노을은 후회처럼 번지고 새들은 슬픈 노래로 자기 짝을 찾는다 이대로 영원일 수 없다면 우리 어떻게 이별할 수 있을까.. Poem 2017.07.17
여름 속으로 / 윤수천 그림/장용길 + 여름 속으로 / 윤수천 돌아가고 싶다 뜨거운 폭양 속으로 피라미떼 하얀 건반처럼 뛰어놀던 그 시냇물 악동들 물장구치던 그 여름 속으로 뜨거운 맨살의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악동들 다시 불러모아 온 산천을 발칵 뒤집어놓고 싶다 매미들도 불러다가 한바탕 축제를 열고 .. Poem 2017.07.15
어떤 풍경...최승자 어떤 풍경...최승자 고요한 서편 하늘 해가 지고 있습니다 건널 수 없는 한 세계를 건넜던 한 사람이 책상 앞에서 시집들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가 읽는 詩의 행간들 속에서 고요가 피어 오릅니다 그 속에 담겨있는 무상의 時間性 (어떤 사람이 시간의 詩를 읽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 Poem 2017.07.13
얼굴 - 박인환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를 닮은 한 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비가.. Poem 2017.07.12
너를 위하여 / 김남조 +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 뜨는건 믿을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피어난 빛들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머리 풀어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Poem 201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