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開眼) - 박목월 개안(開眼) - 박목월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 Poem 2017.07.07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비가 전하는 말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 Poem 2017.07.03
고백의 시 – 김현승 고백의 시 – 김현승 나도 처음에는 내 가슴이 나의 시(詩)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가슴을 앓고 있다. 나의 시(詩)는 나에게서 차츰 벗어나 나의 낡은 집을 헐고 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아는 것과는 나에게서는 다르다. 금빛에 입맞추는 것과 금빛을 캐어 내는 것과는 나에게서 .. Poem 2017.06.27
사랑 - 김지하 사랑 - 김지하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누굴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한밤중 열두 시가 지난 시간 당신도 자고 아이들도 잠든 시간 담 건너 고양이 울음도 죽은 시간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괴로운 시간 깨어 있다는 것 죽기보다 더 버리고 .. Poem 2017.06.21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 이해인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 이해인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눈이 밝아 집니다. 부정적인 말로 남을 판단 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남을 이해 하려 애쓰게 됩니다.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얼굴 표정에도 밝은 웃음이 늘 배경처럼 깔려 있어 만나는 이들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매우 사소한 것일.. Poem 2017.06.19
이슬꽃 피는 아침 - 강문숙 이슬꽃 피는 아침 - 강문숙 이슬로 맺히는 인연의 말 뜨거운 가슴 속에 묻어 놓고 여윈 햇살의 마음 기도로 배를 채우며 빛살은 빛살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아프게 가는 세월의 눈빛에 인연의 흔적 곱게 실어 올리며 허공에 찍힌 무상한 사랑의 발자국 겨울나무의 수액으로 거르고 걸러 신.. Poem 2017.06.16
꽃 잎 - 김수영 꽃 잎 - 김수영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 Poem 2017.06.14
고독의 끝 – 김현승 고독의 끝 – 김현승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 신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깐 들렀다가 내게 숨막혀 바람도.. Poem 2017.06.12
그 이름 - 김남조 그 이름 - 김남조 그대의 부재가 천지에 가득하니 쓸쓸한 수묵빛의 큰 화폭 아니리요 봄경치 짙어져 우련 붉은 살구빛 오늘은 봄빛화폭 그 아니리요 설풋한 아지랭이도 화폭에 그어진 그대의 부재 화가가 그의 그림을 마친 후 이름 하나 쓰듯이 해저물녘 날이날마다 그대의 이름 하나 내 .. Poem 2017.06.08
비오는 날의 일기 / 이정하 + 비오는 날의 일기 / 이정하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런 날 내마음은 어느 후미진 찾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 Poem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