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고독의 끝 – 김현승

차 지운 2017. 6. 12. 13:42





고독의 끝 김현승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

 

신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깐 들렀다가

내게 숨막혀

바람도 따르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서 떠나면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


        (Amazing Grace - Melinda Dumitres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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