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며 / 유안진 차를 마시며 / 유안진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홀로 일어나 차를 끓인다 눈물 섞어 마시다가 문득 불러 보는 인간 예수여 젊은이의 표상이여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죄 곁에 있는 것 같은 내 믿음 철없고 아직은 피 더운 나인가요 눈물의 차맛으로 눈물 내음 차향으로 스미어.. Poem 2018.03.07
겨울 편지 / 박세현 겨울 편지 / 박세현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 Poem 2018.02.20
내리는 눈발 속에서 / 서정주 내리는 눈발 속에서 / 서정주 괜, 잖, 타... 괜, 잖, 타... 괜, 잖, 타... 괜, 잖, 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잖타...괜잖타...괜잖타...괜잖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 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Poem 2018.01.31
어머님의 눈 / 김남주 + 어머니3 / 김시천 내가 그러진 않았을까 동구 밖 가슴살 다 열어놓은 고목나무 한 그루 그 한가운데 저렇게 큰 구멍을 뚫어 놓고서 모른 척 돌아선 뒤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아예, 베어버리진 않았을까 + 어머님의 눈 / 김남주 밤중에 잠이 깨니 어머님이 내 몸에 이불을 끌어 덮어 주신다 .. Poem 2018.01.26
홍시 / 김시천 홍시 / 김시천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물처럼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다구니 쓰고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 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고 잘난 것만 보지 말고 못난 것들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 저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 Poem 2018.01.18
마지막 장미 / 김남조 윌리엄 휘테커(William Whitaker ) 마지막 장미 / 김남조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현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 Poem 2018.01.15
어려운 대답 / 이병승 + 어려운 대답 / 이병승 여자애들은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본다 내 머리 이상하지 않아? -예뻐. 이 옷 괜찮아? -예뻐. 솔직히 쟤보다 안 예쁘지? -예뻐. 솔직히 말했다간 죽는다. + 어느 날인가는 / 윤제림 어느 날인가는 슬그머니 산길 사십 리를 걸어 내려가서 부라보콘 하나를 사먹고 산길 사.. Poem 2018.01.12
눈 내리는 날 / 남유정 눈 내리는 날 / 남유정 눈이 내립니다 어느 전생의 소식을 펼쳐놓 듯 한 겹의 꿈이 세상을 덮을 때면 눈감은 산 하나가 사라지고 세상의 숱한 사잇길이 지워집니다 마침내 한 치 앞마저 지워지고 나면 기억 속에 잠든 것들이 새의 날갯짓처럼 깨어나는 소리 들으시는지요 꿈에 젖은 나무.. Poem 2018.01.10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 김낙필 그림/이선우화백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 김낙필 그렇게 살고 있을 꺼야 다들 사연마저 없는 이가 있을까 저마다 가슴 속에 사연 하나씩은 심고 살겠지 때로는 울 수 없어서 가슴만 젖고 때로는 숨고 싶어 가슴만 태우는 그런 속앓이 하나쯤 가슴 한 켠에 품고 살겠지 산다는 게 녹녹.. Poem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