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開眼) / 박목월 개안(開眼) / 박목월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 Poem 2018.01.04
신년 시 / 조병화 신년 시 / 조병화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영원한 이 회전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旅路를 동행하는 유한한 .. Poem 2018.01.03
사랑 – 심성보 사랑 – 심성보 사랑이란 아무 말 안 해도 서로가 좋은 것 눈빛으로 만 전해줘도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 밤새 너의 이름을 불러보고 또 불러보고서 하얀 새벽을 맞는 것 사랑이란 네가 아니면 이 세상 살아갈 수 없는 것 두 눈을 감으면 어느덧 네가 내 두 눈에 동그랗게 그려지는 것 .. Poem 2017.12.26
커피 연가 - 백 덕 순 커피 연가 백 덕 순 오늘 이 시간 나보다 뜨거운 커피는 정갈한 찻잔에 알알이 녹아 황홀한 향기로 채워지고 걸어온 발자취마다 하얗게 바래버린 흔적들은 빈 가슴 채워주는 역사가 된다 황혼을 색칠하는 커피 한 잔의 사랑과 커피 한 잔의 추억과 커피 한 잔의 고독과 나만의 색깔로 얼.. Poem 2017.12.18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 Poem 2017.12.14
멀리까지 보이는 날 – 나태주 멀리까지 보이는 날 – 나태주 숨을 들이쉰다 초록의 들판 끝 미루나무 한 그루가 끌려들어온다 숨을 더욱 깊이 들이쉰다 미루나무 잎새에 반짝이는 햇빛이 들어오고 사르락 사르락 작은 바다 물결 소리까지 끌려들어온다 숨을 내어 쉰다 뻐꾸기 울음소리 꾀꼬리 울음소리가 쓸려 .. Poem 2017.12.11
아날로그 / 신달자 아날로그 / 신달자 비밀번호를 누르면 스르르 문이 열리는 최신식 문 그것도 촌스럽다며 지문만 슬쩍 대면 네 네 네 하며 자르르 열리는 최고급 문 그것도 번거롭다며 "나야" 목소리만 감지해도 이제는 제왕처럼 문이 열린다 그렇지 이제는 문 앞에 주인이 서면 냄새를 훅 하고 맡는 순간.. Poem 2017.12.09
사랑 / 조병화 ANNE MAGILL + 사랑 / 조병화 사랑은 언제나 좀 서운함이어라 내가 찾을 때 네가 없고 네가 찾을 때 내가 없음이여 후회는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 일어나는 바람이려니 그리움은 더욱 더 사라진 뒤에 오는 빈 세월이려니 사랑은 좀 더 서운함이려니 그리움은 아프게 더 더 긴 세월이려니 아,인.. Poem 2017.12.06
거기서 그를 보리니 - 김남조 거기서 그를 보리니 - 김남조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 더 깊은 밤에 어쩌면 희부연 새벽녘에라도 아버지가 오실 줄 믿고 기다리는가 그의 아이들 모두 깨어 있고 바깥은 습습한 밤비. 외등 하나 온밤을 골목길 비추느니 절통할 일이로고 심장 둘레의 곱디고운 혈관을 절개하고 그.. Poem 2017.12.04
겨울 고해 / 홍수희 Dave Rheaume 겨울 고해 / 홍수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 때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가운 하늘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프게 박혀옵니다 사랑이 되지 못한 바램 같은 것 실천이 되지 못.. Poem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