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아날로그 / 신달자

차 지운 2017. 12. 9. 11:30




    아날로그 / 신달자

    비밀번호를 누르면 스르르 문이 열리는
    최신식 문
    그것도 촌스럽다며 지문만 슬쩍 대면 네 네 네 하며
    자르르 열리는 최고급 문
    그것도 번거롭다며 "나야" 목소리만 감지해도
    이제는 제왕처럼 문이 열린다
    그렇지 이제는 문 앞에 주인이 서면
    냄새를 훅 하고 맡는 순간에 철커덕 문이 열리는
    날이 바로 내일이지
    그러나 나는 우둔한 것이 좋다
    피로에 지친 손으로 벨을 누르면
    얼른 달려와 미소로 열어 주는
    사람의 목소리와 사람의 손으로 반기는 따뜻한 문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정강이 밑까지만 가린, 밤낮 열어 두는
    외갓집 정 깊은 사립문이거나.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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