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 언덕 - 류시화 저편 언덕 -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 Poem 2018.09.28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용혜원 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 ... 용혜원 한 잔의 커피에서 목을 축인다.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 거품만 내며 살지는 말아야지. 거칠게 몰아치더라도 파도쳐야지. 겉돌지는 말아야지 가슴 한복판에 파고드는 멋진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Poem 2018.09.22
풀 - 김재진 풀 - 김재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Moving on - John Adorney) Poem 2018.09.19
가을밤에 / 손광세 + 가을밤 / 서혜미 바람이 문을 흔들면 유년(幼年)의 기억도 덩달아 문고리를 붙들고 덜컹거린다. 십리 길을 걷지 못해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 가던 길 풀매질하며 쫓아오는 아이들, 쪽달도 따라오며 놀려댄다. 창 밖, 하늘을 보면 왈칵 쏟아져 내리는 별무리 어머니 등에 문신(文身)으로 .. Poem 2018.09.17
가을 편지 / 유안진 + 가을의 시 / 홍수희 가을은 어느 날 서가書架를 정리하다 툭, 떨어진 낡은 수첩이다 눈물이 핑그르르 맺혀져 오는 먼지가 뽀얀 주소록이다 + 가을 편지 / 유안진 들꽃이 핀다 나 자신의 자유와 나 자신의 절대로서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고 풀벌레도 외친다 내일 아침 된서리에 무너질 꽃.. Poem 2018.09.15
구월이 가기 전에... 허윤정 구월이 가기 전에... 허윤정 흔들리는 나무 잎새도 시가 되는 구월이 가면 나는 어느 별자리 또 어느 시월을 찾아갈까 時空이 비었다 해도 세월 더욱 허무해라 가을은 흔들리는 것, 흔들리다 억새꽃 되는 것 하늘에 올라가선 사무쳐서 구름이 되는 것 어여쁜 시 한 편 써서 강물 위에 띄우.. Poem 2018.09.13
木馬와 淑女 / 박인환 木馬와 淑女 - 박인환 한盞(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生涯(생애)와 木馬(목마)를 타고 떠난 淑女(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木馬(목마)는 主人(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甁(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傷心(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 Poem 2018.09.10
꽃의 소묘 - 김춘수 꽃의 소묘 - 김춘수 1. 꽃이여, 네가 입김으로 대낮에 불을 밝히면 환히 금빛으로 열리는 가장자리 빛깔이며 향기며 花紛이며...... 나비며 나비며 축제의 날은 그러나 먼 추억으로서만 온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2. 사랑의 불 속에서도 나는 외.. Poem 2018.09.07
한 번쯤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면 - 김재진 한 번쯤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면 - 김재진 한 번쯤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면, 그때 그 용서할 수 없던 일들 용서할 수 있으리. 자존심만 내 세우다 돌아 서고 말던 미숙한 첫사랑도 이해할 수 있으리. 모란이 지고 나면 장미가 피듯, 삶에는 저마다 제 철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찬물처럼 들.. Poem 2018.09.04
장미를 위하여 / 홍수희 장미를 위하여 /홍수희 가시가 없는 장미는 장미가 아니다 동그라미 탁자 위 유리꽃병 속에서도 모진바람 불어 지난 담벼락 밑에서도 너의 모습 변함없이 두 눈이 시리도록 매혹적인 것은 언제든 가시를 곧추 세우고 아닌 것에 맞설 용기가 있기 때문 아니라고 말할 의지가 있기 때문 꽃.. Poem 201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