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유치환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 Poem 2019.08.17
버드나무 길 / 박용래 * 버드나무 길 / 박용래 맘 천근 시름겨울 때 천근 맘 시름겨울 때 마른 논에 고인 물 보러 가자. 고인 물에 얼비치는 쑥부쟁이 염소 한 마리 몇 점의 구름 홍안(紅顔)의 소년(少年) 같이 보러 가자. 함지박 아낙네 지나가고 어지러이 메까치 우짖는 버드나무 길. 마른 논에 고인 물. Poem 2019.07.09
그리운 이에게... 나해철 그리운 이에게... 나해철 사랑한다고 말할 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움은 가슴 깊이 맺혀 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 걸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 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 걸 혹여 되돌아오는 등뒤로 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려 .. Poem 2019.06.12
6월 / 황금찬 6월 /황금찬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Poem 2019.06.02
외로운 영혼의 섬 / 조병화 외로운 영혼의 섬 / 조병화 내 마음 깊은 곳엔 나만이 찾아갈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쓸쓸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버립니다 내 마음 가려진 곳엔 나만이 소리없이 울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고독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버립니다 아, 이렇게 내 마음 .. Poem 2019.05.27
내 안에 피어나는 봄 / 김춘경 내 안에 피어나는 봄 / 김춘경 까마득히 오래 전 무심코 뿌린 꽃씨 하나 소리 없이 가슴에 싹을 틔워 흙 한줌 없는 메마른 심장 한 켠에 소담히 자란 꽃은 눈부신 봄날보다 아름답다 사랑은 물이던가 마르지도 않고 흘러들어 기름진 옥토를 이루고 뿌리 내려 잎을 만드니 그 사랑이 빛이라.. Poem 2019.05.12
산협의 오후 / 윤동주 강호한일(江湖閑日) [김기창 作] * 산협의 오후 / 윤동주 내노래는 오히려 설운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은 아--졸려 하경(夏景) [김기창 作] * 굴뚝 / 윤동주시인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웬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굽는게지 총각.. Poem 2019.05.05
벗 / 조병화 그림/하삼두화백 * 벗 / 조병화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Poem 2019.04.28
우리말 / 송수권 * 우리말 / 송수권 감자와 고구마와 같은 낱말을 입안에서 요리조리 굴려보면 아, 구수한 흙 냄새 초가집 감나무 고추잠자리.... 어쩌면 저마다의 모습에 꼭두 알맞는 이름들일까요. 나무, 나무 천천히 읽어보면 묵직하고 커다란 느낌 친구란 낱말은 어떨까요. 깜깜한 암굴 속에서 조금씩 .. Poem 2019.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