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 도종환 인연(因緣) -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Poem 2019.02.11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 - 조병화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 - 조병화 내겐 쉴 새 없이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슬픔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소리도 나지 않으며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며 그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는 바람 나는 이 바람이 불어닥칠 때마다 저린 피를 토하며 보이지 않는 곳.. Poem 2019.02.07
설날 / 양광모 * 설날 / 양광모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이 세상 가장 신명나는 축제 삼천리 방방곡곡 도시와 시골과 섬마다 온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고 윷놀이를 벌이면 눈은 차가웁게 쌓여 있어도 마음에는 성큼 봄이 찾아와 새해에는 더욱 .. Poem 2019.02.04
겨울행 - 나태주 겨울행 - 나태주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 Poem 2019.01.30
한 잔의 커피 / 용혜원 한 잔의 커피/ 용혜원 하루에 한 잔의 커피처럼 허락되는 삶을 향내를 음미하며 살고픈데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마셔버린 쓸쓸함이 있다. 어느 날인가? 빈잔으로 준비될 떠남의 시간이 오겠지만 목마름에 늘 갈증이 남는다. 인생에 있어 하루하루가 터져오르는 꽃망울처럼 얼마나 고귀한 .. Poem 2019.01.28
밥 한번 먹자 / 함순례 일러스트/이철원기자 + 밥 한번 먹자/ 함순례 네가 차려준 밥상이 아직도 기억에 있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너희 집 앞을 지나다 받았던, 첫 애기 입덧 내내 네가 비벼준 열무비빔밥 간절했어 네 자취방의 아침밥도 잊을 수 없어 내가 차렸다는 어린 날의 밥상들이 이십 년 만에 나간 동.. Poem 2019.01.23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신현림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장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슬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 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 Poem 2019.01.20
기차타고 싶은 날 - 김재진 기차타고 싶은 날 - 김재진 이제는 낡아 빛바랜 가방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반짝거리는 레일이 햇빛과 만나고 빵처럼 데워진 돌들 밟는 단벌의 구두 위로 마음을 내맡긴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떠나는 친구 하나 배웅하고 싶은 내 마음의 간이역 한번쯤 이별을 몸짓할 사람 없어도.. Poem 2019.01.15
아주 깊은 추억 속으로 - 이효녕 아주 깊은 추억 속으로 - 이효녕 늘 하늘빛에 젖은 푸른 바다에 나가 보면 물결 위에 혼자 핀 파도가 보인다 잔잔한 내 가슴 흔들고 마음 깊이 오는 사람이 파도뿐만이 아니라고 갈매기 한 마리 날개 적시며 파도 꽃을 지운다 여름 바다에 나가 보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심장을 향해 파도.. Poem 2019.01.13
눈이 내리는 밤 - 윤복림 눈이 내리는 밤 - 윤복림 외딴 곳 떨어진 카페에 앉아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지는 눈꽃을 바라보며 한줌 세월을 손아귀에 쥐어보고 인생 흐름을 눈감아 봅니다 밤의 그리움 적막함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꽃을 바라보며 사뿐히 지려 밟고 뛰어 보기도 합니다 온 누리 하얗게 밝아오는 언덕 .. Poem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