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기자 + 밥 한번 먹자/ 함순례 네가 차려준 밥상이 아직도 기억에 있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너희 집 앞을 지나다 받았던, 첫 애기 입덧 내내 네가 비벼준 열무비빔밥 간절했어 네 자취방의 아침밥도 잊을 수 없어 내가 차렸다는 어린 날의 밥상들이 이십 년 만에 나간 동창회 자리에 그들먹하니 차려진다 외로우니까 밥을 먹었다 분노와 절망이 바닥을 칠 때도 배가 고팠다 눈물밥을 삼킬 때조차 혀끝을 돌려 맛을 기억했다 밥을 위해 땀을 흘리고 밥을 위해 비겁해지고 밥을 위해 피 흘리며 싸우고 밥을 위해 평화를 기도한 날들 오래된 청동거울 같다 땀을 흘릴 때 누군가 밥을 주었다 비겁해질 때 누군가 고봉밥을 퍼주었다 피 흘리며 싸우고 온 날 휘청거리는 내 손에 쥐어주던 숟가락 있었다 먹어도 물리지 않는 사람의 말 먹고살만해졌다지만 밥 한번 먹자,는 인사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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