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영영 올 수 없더라도 - 이정하 행여 영영 올 수 없더라도 - 이정하 오늘 오지 못한다면 내일 오십시오. 내일도 오지 못한다면 그 다음날 오십시오.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루한 줄 모르는 것은 바로 당신을 기다리기 때문이지요. 행여 영영 올 수 없더라도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다만 당신을 기다리고 .. Poem 2019.04.21
이 봄날에 / 나태주 그림 / 김기창화백 * 이 봄날에 / 나태주 봄날에 , 이 봄날에 살아만 있다면 다시 한 번 실연을 당하고 밤을 새워 머리를 벽에 쥐어박으며 운다 해도 나쁘지 않겠다 * 꽃 진 자리에 / 문태준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 Poem 2019.04.13
삶 / 박경리 윤사월(閏四月) / 1987 / 25.8 x 17 / 종이에 채색 / 천경자화백 * 삶 / 박경리 대개 소쩍새는 밤에 울고 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 풀 뽑는 언덕에 노오란 고들빼기꽃 파고드는 벌 한 마리 애닮게 우는 소쩍새야 한가롭게 우는 뻐꾸기 모두 한 목슴인 것을 미친 듯 꿀 찾는 벌아 간지럽다는 고.. Poem 2019.04.09
봄 비 / 이재무 * 봄 비 / 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한다 빗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에 가다오 그리하여 거기 하류의 겸손 앞에 무.. Poem 2019.03.31
산다는 것 / 박경리 칼 빌헬름 홀쇄 1863-1935 덴마크/"창 가에서의 기다림" 73x66.7cm * 산다는 것 / 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데 그보다 .. Poem 2019.03.26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 Poem 2019.03.18
푸른 잎 - 도종환 푸른 잎 - 도종환 며칠째 비바람에 꽃잎 다 지고 그쳤던 비 꽃진 자리에 다시 쏟아져 이 세상 꽃잎들은 흔적조차 없어지고 꽃을 잃은 가지보다 우리가 더 쓸쓸해 있을 때 어디서 오는 걸까 침묵을 깨치고 일제히 잎을 내미는 가지 속에 숨겨진 내밀한 저 힘들은 (Message Of Love - Don Bennechi) Poem 2019.03.11
사소한 행복 / (宵火)고은영 John Frederick Lewis (British Painter, 1804-1876) In the Bey-s Garden 1865 (In Private Spaces) * 사소한 행복 / (宵火)고은영 망각의 표피에 스미는 것들은 시간의 무덥이다 기억의 잔재로 무의식의 범주에서 잠잠히 침묵하고 있는 매몰 된 진실은 이제 나에게 노후 된 시간을 묻는다 걸어 왔던 시간의 기억들 그.. Poem 2019.03.06
오늘처럼 내 손이 - 류시화 오늘처럼 내 손이 - 류시화 오늘처럼 내 손이 싫었던 적이 없다 작별을 위해 손을 흔들어야만 했을 때 어떤 손 하나가 내 손을 들어 올려 허공에서 상처 입게 했다 한때는 우리 안의 불을 만지던 손을 나는 멀리서 내 손을 너의 손에 올려놓는다 너를 만나기 전에는 내 손을 어디에 둘지 몰.. Poem 2019.02.24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 조병화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 조병화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난 행복했다. 네 어둠을 비칠 수 있는 말이 탄생하여 그게 시의 개울이 되어 흘러 내릴 때 난 행복했다. 널 생각하다가 네 말이 될 수 있는 그 말과 만나 그게 가득히 꽃이 되어 아름다운 시의 들판이 될 때 난 행복했다. 멀리 .. Poem 201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