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사소한 행복 / (宵火)고은영

차 지운 2019. 3. 6. 15:29




John Frederick Lewis (British Painter, 1804-1876)
In the Bey-s Garden 1865 (In Private Spaces)


      * 사소한 행복 / (宵火)고은영

      망각의 표피에 스미는 것들은 시간의 무덥이다
      기억의 잔재로 무의식의 범주에서
      잠잠히 침묵하고 있는 매몰 된 진실은
      이제 나에게 노후 된 시간을 묻는다
      걸어 왔던 시간의 기억들
      그러나 내 삶의 잠언들은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명쾌해 지고 있다

      슬픔이거나 기쁨 행복이거나 분노 미움이거나 연민
      그 외의 수많은 의문 부호들
      지독한 아픔과 고통의 극지에서
      절감했던 절망의 통곡도 점차 엷어져
      오늘 이 환한 봄의 문턱에서
      언 땅이 녹은 축축한 대지와
      포근하기만 한 공기와 세탁소 쇼프 냄새

      그리고 이 자그마한 동네 분식집에서
      봄의 아침을 물들이는 오뎅 국물 냄새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기분 좋은 아침을 맞고 있는가

      멍하니 직시하는 허공에서
      그리움을 휘젓는 사랑은 아쉽기도 하지만
      누군가 여전히 그리워지는 오늘
      이 소중한 아침도 겁나게 행복한 것이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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