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676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Poem 2020.06.16

6월의 현혹(眩惑) - 윤 영초

6월의 현혹(眩惑) - 윤 영초 밀려오는 구름 사이로 가슴 떨림 같은 바람이 불고 싱그러운 유월의 지붕들이 한나절 일광욕을 즐기듯 따사로운 햇살에 눕고 초여름의 문이 활짝 열린다. 다가오는 유혹이 하얀 속살 태우듯 햇살이 익어간다. 지나가는 발걸음 그림자로 길게 누워 애틋함으로 물들어 눈부신 유월은 뜨거운 현혹(眩惑)이다. 살랑 이는 미풍으로 녹음의 손을 잡고 근사한 몸짓 왈츠를 춘다. 나뭇잎 사이로 파랗게, 파랗게 멍들어 2020/06/08/아침에 향기

Poem 2020.06.08

기다린다는것 / 이정하

기다린다는 것... 이정하 기약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쓸쓸하고 허탈한 마음을 아는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막연히 기다리는 일 밖에 없을 때 그 누군가가 더 보고 싶어지는 것을 아는가.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라도 들릴라치면 그 자리에 멈추고 귀를 곤두세우는 그 알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아는가. 끝내 그가 오지 않았을 때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왜 가슴은 속절 없이 무너지는 것인지, 온다는 기별이 없었는데도 다음에는 꼭 올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을 아는가. 그를 기다린다는 것은 내 마음에 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 그를 위해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두는 일. 비워둔 자리만큼 고여드는 슬픔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대여 ..

Poem 202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