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시 / 김영랑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탐스런 목련이 되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겨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는 오월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당신을 향해 깨어있는 순백의 믿음과 고난을 이겨내려는 성실의 소망이 우리 가슴에 핏줄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로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 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
오월 / 김영랑
들길을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天)이랑 만(萬)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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