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676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박노해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박노해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그대는 충분히 고통받아 왔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세상에서 단하나 두려워할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대의 고통이 가치 없이 되는것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고통 앞에서 나는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헛된 위안을 택하겠는가 쓰라린 진실을 택하겠는가 두려워하지 마라 믿음을 잃지 마라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우정은 절망보다 강하다 희망은 패배보다 강하다 La Califfa / Sarah Brightman

Poem 2021.05.30

오월 / 피천득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 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나이를..

Poem 2021.05.09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일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꾸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Poem 2021.05.02

4월이 가면 - 손 정봉

4월이 가면 - 손 정봉 4월이 가면 나의 봄도 함께 가야지 미풍은 귓가에서 멀어지고 진달래 향기는 초록에 스러지다 아! 4월의 마지막 땅거미도 없는 그 끝자락에 찬란하게 떠나는 너를 위해 웃음꽃으로 주단을 깔아 주리라 길게 늘어진 당신의 그림자에 행운의 머리핀 하나 꽂아 주리라 4월이 가면 남은 계절은 걸어서 가자 저 황량한 여름을 맨발로 걸어서 또 걸어서 내 지친 삶의 발바닥에 굳은살은 더욱 더 단단해지고 좀 더 성숙해진 나는 가난한 자의 여유로움으로 살아가리라 4월이 가면 나의 상념은 잠시 오수를 즐기고 층층나무를 무심히 오르내리는 개미들에게 나의 봄을 눈물로 보내지 않은 이유를 천천히 이야기하리라

Poem 2021.04.25

오늘처럼 햇살이 눈부신 날엔... 한효순

오늘처럼 햇살이 눈부신 날엔... 한효순 오늘처럼 햇살이 눈부신 날엔 훌훌 털어버리고 빈 강정처럼 허한 가슴 햇살 쪼여 보자 어쩌면 곰팡이 핀 가슴 한 켠 들추어 햇살 불러 들이면 어둠 속에서 웅크린 채 속앓이 하던 자잘한 알갱이들 풀내음 들이 마시고 봄 볕에 취하지 않을가? 오늘처럼 산자락에 햇살 고운 날엔 하늘 가득 꽃향기 채워지고 풀내음 흩어지며 가라앚은 마음 흔들어 찌프린 얼굴에 웃음 꽃 피우고 주름진 마음에 희망 한 줌 채울 수 있을거야 오늘처럼 햇살이 눈부신 날엔

Poem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