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정념의 기 / 김남조

차 지운 2016. 9. 22. 11:48
정념의 기

        정념의 기 /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결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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