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의 기 /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결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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