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산다는 것 / 박경리

차 지운 2019. 3. 26. 14:42



칼 빌헬름 홀쇄 1863-1935 덴마크/"창 가에서의 기다림" 73x66.7cm


        * 산다는 것 / 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이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모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면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1.Ennio Morricone -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2.Mascagni - Cavalleria Rusticana
                                                                                                                3.Chaplin - Limelight
                                                                                                                4.Fiocco - Allegro
                                                                                                                5.J.S. Bach - Ave Maria
                                                                                                                6.Albinoni - Adagio
                                                                                                                7.Hassler - Koral
                                                                                                                8.J.S.Bach - Air (G선상의 아리아 )
                                                                                                                9.Gade - Tango Jalousie (영화 여인의 향기 )
                                                                                                                10.Garbarek - Peace
                                                                                                                11.The Mission - Gabriel's Obo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 / 박경리  (0) 2019.04.09
                                                                                                                봄 비 / 이재무   (0) 2019.03.31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0) 2019.03.18
                                                                                                                푸른 잎 - 도종환  (0) 2019.03.11
                                                                                                                사소한 행복 / (宵火)고은영  (0) 2019.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