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아침의 기도 / 서정윤

차 지운 2017. 7. 21. 11:33




        + 아침 기도 / 김남조

        목마른 긴 밤과
        미명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
        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한 사람의 발을
        말없이 오래오래
        닦아주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엔
        이 한 가지 소원으로
        기도 드립니다.





      + 아침의 기도 / 서정윤

      빛 속을 걸었다.
      영혼의 울림만 종소리처럼 번져 나갈 그 날을 맞으면
      시간의 축은 사라지리라 그래, 이제 더욱 가까워졌어.
      약속의 그날을 기다리면서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자꾸만 나타나는 징후들이 두려워지는 나는
      그들과 함께 흙이 되어 누워있을 나 자신을 본다.

      자신을 태운 불길로
      주변의 생명을 밝히는 나무
      새들의 순수와 사랑의 손길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었어.

      신이여 나는 두렵습니다.
      나무에서 막 떨어진 낙엽처럼 길거리를 뒹굴며
      어디에선가 한줌 부식토가 되어
      풀뿌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신이여,
      내 흩어지는 영혼을 잡아주소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름의 등잔으로 그날을 맞이하는
      초라함을 가려 주소서.
      먼저 손 내밀지 못했던 자존심과 망설이던 주저함을 진작
      버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해 주소서,

      해 떠오르는 아침이
      오늘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약속의 그날이 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다시 새로운 하늘이 열리어
      기쁨과 슬픔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을
      나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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