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helm Hammershøi + 나이 / 류시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 나이 / 문정희 몇 굽이 암벽을 오르니 드디어 설원 나무 한 그루 온몸 비틀며 앙상한 생명을 증거하고 있다 하늘과 대결하고 있지만 입술로 사랑할 일도 많지 않으니 회오리도 햇살도 부드럽기만 하다 이제 나에게 나이란 없다 없기로 했다 오직 홀로의 등정이 있을 뿐 스승도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 나이면 다이다 그 말고 누가 더 정확하게 이 아찔한 기상도와 주거부정 철새의 길을 일러줄 수 있단 말인가 찬바람 머리칼처럼 쓸어 넘기며 가만히 서 있어도 무너지는 폐허! 이윽고 여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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