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하렘의 밤 / 청향 조재선

차 지운 2016. 2. 20. 18:10







하렘의 밤 / 청향 조재선

 

 

끈끈한 눈빛과

널름대는 혀

나를 포획하는 넌

허기진 거미와 같다.

 

현란한 몸과 손짓으로

나를 잡아 끄는 올가미

반나의 몸에

스팽글 달랑대는 천조각

갈증난 사내의 목덜미를

쥐고 흔드는 교만함

 

힘겨운 고독에 혀를 묻고

메마른 유두를 퍽퍽 빨아 대는

젖먹이 사내들

 

오늘은

충실한 노예가 되어

잠시나마 나의 빈 속을 채워 줄

환각의 세계로 인도하라

 

열사의 사막속에

거친 호흡 들이키던 내 영혼

아늑한 밤의 품속에

노독을 잊고 잠들 수 있게

내일 지옥불속을 걷더라도

오늘밤을 잊지 못해

또 다시 찾아 갈

욕망의 실크로드

 

새벽의 종소리

핏빛 하렘가에 울려 퍼지면

오감을 마비시키는

독사의 혀끝

스르르 모래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화들짝 놀란

어리석은 내 몸뚱이엔

닳아 빠진 해골하나 걸려 있겠지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 조병화   (0) 2016.02.22
영혼의 뜰에 뜨는 별 - 김홍성  (0) 2016.02.20
첼로 소리 - 한수산  (0) 2016.02.17
더는 갈 수 없는 세월 / 조병화   (0) 2016.02.17
그대 그리움이 / 김홍성  (0) 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