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세상에 나와 나는 / 나태주

차 지운 2015. 11. 30. 14:01

        세상에 나와 나는 / 나태주

        세상에 나와 나는
        아무 것도 내 몫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푸른 하늘빛 한 쪽
        바람 한 줌
        노을 한 자락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굴러가는 나뭇잎새
        하나
        세상에 나와 나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직해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단 한 사람
        눈이 맑은 그 사람
        가슴속에 맑은 슬픔을 간직한 사람
        더 욕심을 부린다면
        늙어서 나중에도 부끄럽지 않게
        만나고 싶은 한 사람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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