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귀뜨임 / 유안진

차 지운 2018. 11. 16. 10:54




        귀뜨임 / 유안진

        이제는 안다
        웅장하게 달려오면 밀물 소리이고
        처절하게 흐느끼면 떠나가는 썰물 소린 줄을
        머얼리서도 안 보아도 알아버렸다
        알아버려 서글프다
        그지없이 서글픈
        귀나이로 가고 있는가.





      햇귀 / 이정록

      밭귀는 밭의 귀퉁이를 말하지
      그런데 밭의 귀라고 생각하면
      혼자 일할 때에도 무섭거나 심심하지 않지
      마당귀는 마당의 귀퉁이일까
      걱정과 설렘을 배웅하고 마중하는 넓은 귀가 아닐까
      바늘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말을 들을까
      실마리에 침 좀 묻히지마!
      바늘 같이 뾰족한 제 목소리나 들을까
      바느질하는 사람의 한숨과 기도는
      올올 어디에 어떤 무늬로 서려둘까
      이불귀는 귀퉁이마다 귀가 네 개나 되지
      이불은 숨이 막힐 때까지 끝까지 들어주지
      사람들은 힘들거나 속상할 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병든 곰이 되지
      항아리에 머리를 처박고 울 때도 있지
      항아리에도 귀가 두 개나 있으니까
      기다란 귀때기 달린 것도 있으니까
      햇귀는 해가 뜰 때 퍼지는 첫 햇발을 말하지
      아주 먼 옛날부터 햇귀가 있었지. 하느님은
      무엇이든 귀부터 만들지



                                                            About You / Yoshimata R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