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차 지운 2018. 11. 8. 17:45



          +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새 / 천상병

          저것은 무너진 시계(視界) 위에
          슬며시 깃을 펴고
          피빛깔의 햇살을 쪼으며
          불현듯이 왔다가 사라지지 않는가
          바람은 소리 없이 이는데
          이 하늘, 저 하늘의
          순수 균형을
          그토록 간신히 지탱하는
          새 한마리
          새는 언제나 명랑하고 즐겁다
          하늘 밑이 새의 나라고
          어디서나 거리낌 없다
          자유롭고 기쁜 것이다
          ...새의 지저귐은
          삶의 환희요 기쁨이다
          우리도 아무쪼록 새처럼
          명랑하고 즐거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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