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van Gogh 가을을 보내며 1 / 고정희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한 잔에서 목 축이지 못하는 오늘은 우리들 겸허한 허리를 구부려 서로의 잔에 그리움을 붓자 서로의 잔이 넘치게 하자 가을을 보내며 2 / 고정희 성전의 두 기둥처럼 붙박힌 것이 어디 우리들 마음 뿐이랴 가을산에 올라 들을 내려다보면 흐르는 모든 것은 어제 있던 그 자리에서 흐르고 작은 풀꽃 하나가 지구의 회전을 다스리기 위해서 하늘과 땅 사이 뿌리박고 섰나니 내가 그대 춤 속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그대가 나의 근심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우리들 뿌리의 참담한 정돈을 어찌 외롭다 말할 수 있으랴 오솔길에 지는 것들은 뻗어 뿌리로 손잡으리니 우리가 한잔에서 목 축이지 못하는 오늘은 그대여, 우리들 겸허한 허리를 구부려 서로의 잔이 넘치게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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