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고독 – 문병란

차 지운 2017. 9. 28. 11:56





고독 문병란

 

 

시집을 열 다섯 번째 내고

나는 더욱 고독함을 느꼈다.

 

많은 말을 하고 돌아온 밤

더욱 별들이 멀리 보이듯이

 

왠지 나의 시집이

나와 친구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나로부터 모든 것을 하나씩 떠나보내는 것

마침내 발가벗은 외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열 다섯 번째 나를 벗겨냈지만

아직도 내 몸엔 무수한 얼룩이 남아

영혼의 고운 속살은 나타나지 않는다.

 

시집을 문학가 및 동료들에게 기증하고서

그날 밤 나는 더욱 고독해지고 말았다.

 

서가 아무 데나 꽂혀 있을

그 고독한 내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혼자서 독배로 자축을 했다.

 

나는 항상 나를 향하여

끝없이 방황하는 고독의 되풀이.

 

신문 광고 귀퉁이에 떨고 있는

내 외로운 이름을 덮으면서

나는 나에게 또 하나의 절교장을 쓴다.

 

, 별이 유난히 많은 밤

세상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선

또 하나의 이 어둠은 무엇인가.


 

(Forbidden Love - 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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