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시간의 몸짓 / 문정희

차 지운 2017. 9. 20. 13:11


Irene Sheri


      시간의 몸짓 / 문정희


      친구에게 묻는다.
      왜 시간은 언제나 쓸쓸한 것일까.

      영롱한 빛깔로 유혹하지만
      손에 잡고 보면 돌연히 칙칙한 색으로
      변하고 마는 이구아나처럼
      금세 추위에 떠는 빈 가지가 되는 것일까.

      그 위에 소복한 눈을 얹어 보기도 하고
      새 한 마리를 그려 넣기도 하고
      무성한 꽃과 잎들을
      때로는 폭풍을 감아 보기도 하지만

      깊게 사랑을 새긴 사람에게도 결국
      부드러운 솜털 하나 남기지 않는
      저 겨울 나무 같은
      시간은 다만 허위였던가.

      친구에게 묻는다.
      오직 보이는 것만이 현실이라면
      그 현실은 또한 어디에 남았는가.
      망설이고 주저하고 참다가
      보내 버리는

      시간은 영원히 쓸쓸한 몸짓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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