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 문병란
시집을 열 다섯 번째 내고 나는 더욱 고독함을 느꼈다.
많은 말을 하고 돌아온 밤 더욱 별들이 멀리 보이듯이
왠지 나의 시집이 나와 친구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나로부터 모든 것을 하나씩 떠나보내는 것 마침내 발가벗은 외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열 다섯 번째 나를 벗겨냈지만 아직도 내 몸엔 무수한 얼룩이 남아 영혼의 고운 속살은 나타나지 않는다.
시집을 문학가 및 동료들에게 기증하고서 그날 밤 나는 더욱 고독해지고 말았다.
서가 아무 데나 꽂혀 있을 그 고독한 내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혼자서 독배로 자축을 했다.
나는 항상 나를 향하여 끝없이 방황하는 고독의 되풀이.
신문 광고 귀퉁이에 떨고 있는 내 외로운 이름을 덮으면서 나는 나에게 또 하나의 절교장을 쓴다.
아, 별이 유난히 많은 밤 세상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선 또 하나의 이 어둠은 무엇인가.
(Forbidden Love - 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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