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사랑합니다 / 김남조

차 지운 2017. 3. 6. 16:53






        사랑합니다 / 김남조

        가시 돋친
        그러나 눈부신 장미의 관(冠)입니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이 가파로운 천인(千?)의 준령을
        그 이름 섬기려 왔겠습니까

        샘물이 잠잠히 고이듯
        외따른 숲그늘네 소리없이 지운
        허구헌 날의
        눈물

        당신으로 인해
        슬픔도 이처럼 현란하고
        당신으로 인해
        쓸쓸함도 느껴워 간절하거니
        당신으로 인해
        부디 나의 이름이
        쓸모있게 하십시오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최초의 창문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잊으려던 마음은
        오히려 더 못잊는 마음인 줄을
        그리운 당신은 아셨는지요
        눈보라 산허리를 치고
        빙실(氷室)의 인어(人魚)들 더욱 해심(海心)으로
        돌아눕던 밤

        불시에 백만의 별들이 솟고
        별빛 아래 돌아와
        내 눈빛을 살피시면 당신은
        한 줄기 금이 간
        아픈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달밤엔 달빛에 부서지고
        바다의 물결도 깨어져 비치건만
        그러나 여전히
        내 사랑의 사람

        곱디 고운
        길 하나의 베퍼 주십시오
        푸르른 초원(草原)을 함께 가고
        함께 넘으리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Roberta F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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