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차 지운 2016. 12. 15. 14:11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Autumn Leaves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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