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잊었는가 우리가 / 류시화

차 지운 2016. 12. 12. 11:52


Archibald George Barnes


      잊었는가 우리가 / 류시화

      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그 강에서 저물던 세상의 불빛들을
      잊지 않았겠지 밤에 우리를 내려다보던
      큰곰별자리의 일을, 그 약속들을
      별에서 별에게로 은밀한 말 전하던
      그 별똥별의 일을

      곧 추운 날들이 시작되리라
      사랑은 끝나고 사랑의 말은 유행하리라
      곧 추운 날들이 와서
      별들이 떨어지리라
      별들이 떨어져 심장에 박히리라





                                                                  Joshua Bell, violin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orch.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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