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차 지운 2016. 12. 1. 11:40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작은 안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봄볕 같은 햇살에
        땅 끝이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나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가던 길 멈추고 별빛 끌어내리면
        이내
        없는 이들의 가슴에 스미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2월의 플랫폼에 들어서면 유난히
        숫자 관념에 예민해집니다
        이별의 연인처럼 22 23 24......31
        자꾸만 달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해 한 해
        냉큼 나이만 꿀꺽 삼키는 것이
        못내 죄스러운 탓이겠지요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과 한 줌의 겸손만 챙겼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어깨가 가벼웠을 텐데 말입니다

        오는 해에는
        이웃에게 건강과 함박웃음 한 바가지만
        선물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못난 섬
        멀리 내치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