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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나를 슬프게 한다 / 윤재

차 지운 2016. 11. 21. 11:56


Archibald George Barnes

      가을은 나를 슬프게 한다 / 윤재순

      아마 이때쯤보다 조금 더 후였지요
      사탕보다 달콤한 키스를 했던 시기도
      소금보다 짠 이별을 얘기한 시기도
      잊고자 했을 때 또렷하게 각인되는 것들
      도려내고자 하면 거머리처럼 붙어있는 것들
      그것들로 인해 슬픈 인연은 면면히 이어져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것은
      조그만 생채기에 아직도 아파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대를 알게 된 것이
      슬프고도 슬퍼질 때도 많아 원망도 했었지요
      그러나 이젠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아직도
      기억 속에 아니 추억 속에나마 머물러 있을지라도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더 이상의 지워짐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대로 머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진정 내가 살아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랑이 새로 찬 기운 도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속살은 간지럽고
      귓가에 머물던 매미의 슬픈 사연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지라도
      이렇게 자그마한 미소 속에 머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