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꿈을 굳이 깨려고 하는 것 보다 꿈인 줄 알면
그냥 상관 안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답]
지금 꿈 속에서 하는 소리요, 꿈 밖에서 하는 소리요? · · · · · ·
이러나 저러나 전부 꿈이오.
전부 꿈인데 이 꿈이 낫냐, 저 꿈이 낫냐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요?
오죽하면 밤에는 밤꿈, 낮에는 낮꿈을 꾼다 그러겠소. 왜 그리 말하겠소?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생멸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오.
인연으로 난다는 말은 스스로만이 지닌 성품,
즉 자체성(自體性)이 없다는 소리요.
물질적인 것이 됐건, 심리적인 것이 됐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소.
그저 다만 빈 이름만 오고 가고 있는 거요.
그러니 모든 것을 참으로 꿈인 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소.
나쁜 일만 꿈으로 보는 게 아니고, 나쁜 일 좋은 일 몽땅 말이오.
몽땅 꿈이라는 말을 행여 전부 무시하고 쓸어버리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지 마시오. 세상이 몽땅 꿈이요,
환(幻)인데 또 ‘누가’ 있어서 ‘무엇’을 무시하고 집착하고 그러겠소?
바다의 물결이 빈 것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물결치고 있지 않소?
그러니 만법이 모두 꿈과 같다는 말은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알아들어야지,
‘꿈이기 때문에 이러는 게 저러는 것 보다 낫지 않냐’
하는 식의 또 다른 시비를 벌일 일이 아니오.
삼라만상이 모두 꿈이요,
오직 마음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체달한 사람은
더 이상 특별히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마땅히 따라야할 규범이 따로 필요 없소.
그저 저절로 안으로 내공하고 회광반조(廻光返照)하게 돼서
제 마음이 때에 따라 왜 자연스럽지 못하게 흐르고 있는가를
스스로 알 수 있소. 그것으로 족하오.
그것은 반성이니 참회니 하는 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거요.
‘꿈이기 때문에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떻고 저떻고’ 등등은 또 다시 새로운 업을 짓는 거요.
좋은 업이건 나쁜 업이건 지금 있는 이대로 온전하오.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 현정선원 법정 / 해솔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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