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주름 / 박노해

차 지운 2016. 8. 10. 12:26



        주름 / 박노해

        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산을 건너보면 알지요
        이유 없는 산등성이 하나 연유 없는 골짜기 하나
        없지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은 없고 그냥 불어가는
        바람은 없지요
        얼굴은 얼의 골 내가 살아온 사연의 행로는
        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졌으니

        주름 편다고 지워지지 않지요
        주름 진다고 낡아지지 않지요
        피할 수 없는 시간의 발자국에 부디 짓눌려
        구겨지지 말기를
        얼의 골짜기로 무늬지어가기를

        골짜기 물 맑고 깊으니 산 또한 푸르고 힘차니
        주름 펴지 말고 아름답게 새겨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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