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어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 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 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 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 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장미를 생각하며/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나의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장 미 와 가 시 / 김승희
눈 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 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송이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구름과 장미 / 김춘수
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
눈 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 보곤
밤엔 뜰 장미와 마주 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랴?
하염없는 날일수록
하늘만 하였지만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