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길 / 윤동주(尹東柱)

차 지운 2016. 3. 8. 10:56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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