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년의 여름 / 최태선 머슴아 아이들 발가벗은 채 흐르는 개울물에 다슬기 줍고 물장구치며 물속에 노니는 모습들 세월의 회한을 건너 가슴에 앉는다 개천가 나무 이파리는 바람에 흔들리고 매미소리 뜨겁게 폭염을 장식해도 들녘에 소는 풀을 먹은 뒤 되새김질하는 유년의 여름이 말라버린 기억 속에 지느러미를 달아 기웃거린다 이름 모를 잡초 사이 피어난 들꽃들 이웃 두고 논두렁에 심어놓은 청대콩들 태양 빛에 더욱 싱싱하게 짙어갈 때 모심어 놓은 논 안으로 청개구리처럼 뛰어들어 개구리밥 둥둥둥 논 물가에 떠다니던 생각 빛바랜 세월을 건너 소먹일 소 꼴 수북이 베어 지게에 한 짐 지어 내게로 온다 눈앞에 보이는 산기슭 밭에 고구마순 푸른 배추, 풋고추, 상추 .... 초록의 풍요로움을 장식하는 이 지상 말간 햇살 산등성이로 쨍 내리쪼이면 7월의 숲은 솔 향기로 장식되어 초록의 나뭇잎들이 무성한 그늘로 오는 유년 저 속살 푸른 향수로 다가올까 끝없이 펼쳐진 들녘의 모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옆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 낯익은 아낙들의 빨래판 두드리는 소리 작은 꼬맹이는 고무신 뒤집어 뱃놀이하고 고무신에 피라미 잡으며 놀던 시절 자연만이 놀이기구이던 유년이 들숨과 날숨으로 가쁘게 돌아 지금은 이름없는 풀꽃에 이름을 달아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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