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년의 여름 / 최태선 (0) | 2020.07.26 |
---|---|
여름의 달밤 / 김소월 (0) | 2020.07.19 |
7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0) | 2020.07.05 |
7월의 사랑 - 권말선 (0) | 2020.07.01 |
이 순간 - 피천득 (0) | 2020.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