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 편지 2 / 이해인

차 지운 2015. 9. 15. 14:25

        가을 편지 2 / 이 해인

        가을의 그윽한 이마 위에 입맞춤하는 햇살
        햇살을 받아 익은 연한 햇과일처럼
        당신의 나무에서 내가 열리는 날을
        잠시 헤아려 보는 가을 아침입니다.

        가을처럼 서늘한 당신의 모습이
        가을 산천에 어립니다
        나도 당신을 닮아
        서늘한 눈빛으로 살고 싶습니다

        싱싱한 마음으로 사과를 사러 갔었읍니다
        사과씨만한 일상의 기쁨들이
        가슴 속에 떨어지고 있었읍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나의 이웃들과도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싶었읍니다

        기쁠때엔 너무 드러나지 않게
        감탄사를 아껴 둡니다
        슬 플 때엔 너무 드러나지 않게
        눈물을 아껴 둡니다

        이 가 을엔 나의 마음 길들이며
        모든 걸 참아 냅니다
        나에게 도취하여 당신을 잃는 일이 없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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