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부처 / 오규원

차 지운 2018. 6. 12. 11:48






      부처 / 오규원

      남산의 한중턱에 돌부처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부처와 거리를 두고 서 있고
      햇빛은 거리 없이 부처의 몸에 붙어 있다
      코는 누가 떼어갔어도 코 대신 빛을 담고
      빛이 담기지 않는 자리에는 빛 대신 그늘을 담고
      언제나 웃고 있다
      곁에는 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고
      지나가던 새 한 마리 부처의 머리에 와 앉는다
      깃을 다듬으며 쉬다가 돌아앉아
      부처의 한쪽 눈에 똥을 뉘놓고 간다
      새는 사라지고 부처는
      웃는 눈에 붙은 똥을 말리고 있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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