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그해 여름의 생각의 씨앗을 / 이해인

차 지운 2018. 6. 10. 11:48


Figlia Del Cielo III - Roberto Cacciapaglia

 

 

 

 

그해 여름의 생각의 씨앗을

- 이해인 수녀님


지금껏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에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 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진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에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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