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겨울 편지 / 박세현

차 지운 2018. 2. 20. 17:58
등불--2




    겨울 편지 / 박세현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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