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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됨됨이 / 박경리

차 지운 2017. 9. 11. 17:48

그림/ 하삼두


        사람의 됨됨이 / 박경리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박경리 ‘유고시집’ 중>